눈부신 푸른 하늘을 보고 있자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금산사였는데 마침 남편도 금산사를 생각했다며 좋아하더군요. 집에서 멀지 않아 가끔 들르는 곳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금산사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건 몸과 맘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잘 마련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꽤 여러 사찰을 가 봤지만 금산사만큼 편안한 쉼터를 조성해 놓은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 공간을 가로지르는 계곡물이란... 그 시원한 물소리를 듣고 싶어서라도 또 가고픈 곳입니다. 비가 온 뒤라 더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가 가슴까지 뻥 뚫어주는 듯했습니다.
해탈교를 지나 절 입구에 들어서니 삽사리 한 마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개라 손을 내밀었더니 역시나 망설임 없이 다가와서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습니다.
한참을 어루만져주며 놀다가 일어나 박물관 구경도 하고, 웅장한 미륵전 주변도 어슬렁거려 보았습니다. 미륵전은 거대한 불상도 볼거리지만 우리 부부의 눈에 항상 먼저 들어오는 건 나무 한 그루를 통째 옮겨 놓은 기둥들입니다.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었을지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바로 옆 계단을 올라가 오층석탑도 보았습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한적한 경내가 좋아서 배롱나무 아래서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관광 온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보이더군요.
염주를 하나 사고 싶다는 남편을 따라 염주도 사고 먹빛이 고운 가방도 사고 가게를 나서는데 앞에 '연꿀빵'이라고 쓰인 가게가 보였습니다. 연꿀빵? 출출하던 참이라 냉큼 한 상자를 사서 맛을 보았네요. 꿀빵이라는 이름처럼 맛도 좋았지만(집에 돌아와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가게를 검색하다가 지금 이 홈피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양도 예쁘더군요. 사이좋게 나눠 먹고...삽사리와도 작별인사를 나누고...단풍이 한창일 무렵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오자며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전주에 여행 오시는 분들! 금산사 강추입니다~☺